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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일상

아버지의 해방일지/정지아/창비

by YuAn's Mom 2024. 12. 25.
 
아버지의 해방일지
제시”(문학평론가 정홍수)하기를 거듭해온 정지아는 한 시대를 풍미한 『빨치산의 딸』(1990) 이래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아버지 이야기를 다룬다. 소설은 ‘전직 빨치산’ 아버지의 죽음 이후 3일간의 시간만을 현재적 배경으로 다루지만, 장례식장에서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해방 이후 70년 현대사의 질곡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웅장한 스케일과 함께 손을 놓을 수 없는 몰입감을 동시에 안겨주는 것은 정지아만이 가능한 서사적 역량이다. 그러나 이
저자
정지아
출판
창비
출판일
2022.09.02

 

12월 4일, 12월 첫 주의 독서모임 책이었다.

2023년 수원시 한 책 읽기 도서로 선정되었는데,

오히려 선정도서라 안 읽게 되었던 책인데,

2024년 마지막에 읽게 되었다.

 

결국 2024년 독서모임 회원들이 뽑은

제일 기억에 남는 소설이 되었다.

하필 이 책을 독토하는 전날 계엄이 선포되어서일까?

1월 첫 책은 <소년이 온다>

12월 마지막 다름없는 책은 <아버지의 해방일지>

이젠 이런 책이 자유롭게 출판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자유로워졌다는 것이 아닐까?

라고 느끼는 시점에서

계엄 선포는 꽤나 충격적이었다.

 

빨갱이의 연좌제가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 역사인식이 부족한 나 자신이 반성되었다.

 

그 대상이 아버지라는 것에 대해서는

시아버지는 이해가 되지만

나의 아버지는 아직 용서가 되지 않는

아이러니한 감정이 남았다.

 

신우형, 복례누이, 복희누이, 상욱아. 총을 쏠 때마다 손이 떨려 방아쇠를 당길 수가 없네. 총구를 하늘로 겨눠도 재수 없으면 떨어지는 내 총알에 누구나 죽을지 모르는 일 아닌가. 그 누구도 내 총에 죽는 일만 없기를 날마다 기도한다네. 부디 살아서 돌아오시게. 살아서, 꼭 살아서, 다시 만나세.

내가 이 시절을 온전히 이해한다고 할 수 없지만,

이 구절이 참 절절히 마음이 너무 아팠다.

사회가 개인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이렇게까지 가혹하게 묻는 게 옳은지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저 현대사의 비극이 어떤 지점을 비틀어, 뒤엉킨 사람들의 인연이 총출동한 흔하디 흔한 자리일 뿐이다.
내 부모는 평등한 세상이 곧 다가오리라는 희망을 품고 산에서 기꺼이 죽은 사람들을 늘 부러워했다.
쭉정이들만 남아서 겨우겨우 살고 있노라, 한탄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런 삶이 부러워 미웁기도 했던 것이다.
어느 쪽이 나은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의 마음을 짐작은 할 것 같았다.

 

현대사 비극의 화살이 엄한 곳에서 서로를 상처 주고 있는 것 같아 속상했다.

 

누구의 딸인지가 중요했을 뿐이다. 빨치산의 딸이라는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발버둥 치는 데 나는 평생을 바쳤다. 아직도 허우적거리는 중이다.
아버지가 해야 했던 것은 빨치산의 딸로 살게 해서 미안하다는 진정한 사과였다.
나는 처음으로 나와 같은 결을 가진 아버지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죽음은 그러니까, 끝은 아니구나, 나는 생각했다.

 

진정한 사과는 무엇일까?

그럼에도 아버지를 결국 이해하고 용서하게 되는 걸 보면

그래, 죽음이 꼭 끝은 아닌가 보다.

 

워낙 혹독한 전쟁을 경험한 그 시절에는 이런 인간미가 흔했던 것인지, 아니면 소 선생이 워낙 좋은 선생이라 좋은 제자를 둔 것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런 시절이 있었다.

 

같은 소 씨라 정감이 같던

(실제 인물인지, 진짜 소 씨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소선생님 같은 삶을 살 수 있을까?

어려운 시국에 서로를 보살피고, 보살피게 만들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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