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추천으로 접하게 된 책
프랑수아즈 사강이 주인공 나이 때에 쓴 에세이 소설이라고 한다.
10대 후반~20대 초반의 그 감성을
그 나이에 정말 잘 표현한 것 같다.
나를 줄곧 떠나지 않는 갑갑함과 아릿함, 이 낯선 감정에 나는 망설이다 슬픔이라는 아름답고도 묵직한 이름을 붙인다. 이 감정이 어찌나 압도적이고 자기중심적인지 내가 줄곧 슬픔을 괜찮은 것으로 여겨왔다는 사실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슬픔, 그것은 전에는 모르던 감정이다.
소설의 첫 페이지
책을 마지막까지 본 뒤에 다시 읽으면 여운이 많이 남는다.
번역마다 이 부분이 특히 다른데,
사람들마다 좋아하는 번역이 달라서
시간이 된다면 다른 번역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는 정절, 진지함, 약속 같은 개념을 철저히 거부했다. 그런 것들은 현실성도 없고 지킬 수도 없다고 내게 설명했다."
"당시 나는 저속하고 부도덕한 삶을 이상으로 여겼다."
주인공 세실과 아버지의 삶에대한 태도와 성격에 대해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 부분만 보면 아빠가 그저 무책임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사실은 세실도 인정했던 부분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우선순위에서는 세실을 1위로 두었다는 부분이
세실도 나도 아빠를 인정하는 부분이다.
나도 나의 부족함을 인정할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그럼에도 나는 오랜 친구를 잃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엘자와 대화를 나눈 뒤, 세실이 감정인데
나는 오랜 친구라는게 엘자가 아닌 안느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나는 문득 깨달았다.
내가 공격한 대상이 하나의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살아 있는 개체였음을.
나는 왠지 이 구절을 보면서
왕따나 인터넷 악플들이 생각났다.
그들도 깨달았으면 좋겠다. 추상적 개념이 아닌 살아 있는 개체인 것을 말이다.
잘못인 줄 알지만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였고, 어린 나이 특유의 허세와 회피가 깃들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해버린 세실,
이런 세실을 밉지많은 않게
그리고 고민하는 세실의 심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사강의 필력이 놀라웠다.
괜히 [르 몽느] 100대 소설에 꼽히고,
계속 읽히고 읽는게 아닌가 보다.
정말 소중한게 무엇인지 못 알아보고 놓치고 있어 보이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추천해 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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