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추천으로 독서동아리에서 함께 읽은 책이다.
다른 분들은 민음사 번역본을 읽고 실망하셨다고 한다.
민음사 번역이 재판하면서 바뀌지 않는 부분들이 있는 건 좀 아쉽다.
랠프/새끼 돼지/사이먼 진영과 잭/로저를 중심으로 한 진영
두 진영을 대표하는 캐릭터들을 비교해 보면 재밌다는 의견이 많았다.
자신이 생물을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단순한 행복감 이상의 어떤 감정에 도취되어 있었다.
로저를 전혀 알지 못하고 이제는 폐허가 된 어떤 문명이 팔매질하는 로저의 팔을 저지했던 것이다.
문명 세계에서 왔던 아이들이 점차 문명으로부터 멀어지는 모습을
잘 표현해주어서 빠져들어 보게 되었다.
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윌리엄 코딩,
그리고 전후 교사로 살았던 그의 가르침이 보이는 소설이었다.
18세기 루소의 낭만주의로 인하여
19세기 산호섬이나 15소년 표류기 같은 소설들이 유행하였고,
20세기 전쟁을 겪은 윌리엄이
위와 같은 소설을 전격 반박한 소설이 파리대왕이다.
인간의 선함이 사회문명을 통해 파괴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악함이 사회문명을 통해 통제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윌리엄 코딩에 동의하면서도
나는 어쩐지 이 책을 보면서 정치의 중요성이 느껴졌다.
누구를 대표로 뽑을 것인가?
대표를 뽑는 사람들의 역할은 무엇인가?
하는 관점으로 보게 되었다.
그의 말투 탓도 있겠지만 그건 대수로운게 아니었고 실은 뚱뚱한 몸매, 천식, 안경, 게다가 육체 노동을 싫어하는 성격 등이 주된 이유였다.
랠프나 잭은 물론이가 새끼돼지에 대해서도 외향에 대한 평가,
아이들이 그들에게 갖는 이미지 같은 것들이 꽤 표현된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내가 대표를 선출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돌아보게 되었다.
다음 문제는 우리가 그 짐승을 죽일 수 없었다는 거고, 다음 문제는 뭐냐면 우리 사냥부대는 쓸모없는 것들이라고 랠프가 이야기한 사실이야.
자신에게 유리하게 선동하는 잭을 보면서,
나도 선동에 넘어가고 있지 않는가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의 춤을 춰! 자, 시작! 춤을 춰!
공포에 휩싸인 상황도 이해가 되지만,
내가 그렇게 보기 시작해서인지 이것조차 선동의 한 종류로 보였다.
진실은 배제한 체 감정만 불러일으키는 것 말이다.
나는 널 대장으로 선출하는 데 한몫 거들었어. 대장만이 어느 결정 사항을 정할 수 있어. 그러니 랠프, 이제 얘기를 해. 우리가 어떡하면 좋을까를 말해줘.
'소라'의 의미는 어느새 잊힌 채,
대장으로 결정한 랠프만 의지하는 새끼돼지를 보면서
투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표 이후 지켜보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나의 무책임함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바보들 같으니라구! 불길은 과일나무 숲도 침범했을 것이다. 도대체 내일은 무얼 먹을 작정이란 말인가?
....
자기 자신을 파괴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어쩌겠다는 것인가? 자기 자신을 스스로 죽인다?
무책임하게 결정해 버린 것들에 대해
책임져야 하는 절망적인 결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이 결국 구원이 방법이 된다는 것
이걸 통해 윌리엄 코딩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재밌게 읽히는 반면,
불편한 감정과 생각거리를 많이 남겨주는 책이었다.
우리 아들들이 자라서 10대가 된다면
함께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추석 연휴에 이 책을 읽어보거나,
책이 부담스럽다면 영화로 봐 보는 건 어떨까?
Netflix에서도 제공한다니 구독 중이라면 이용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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